하나의 인생길을 다정하게 날으소서

하나의 인생길을 다정하게 날으소서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동양 미술관인 기메미술관에서 본 조선시대 혼례 그림에 기러기가 올려진 상을 앞에 두고
신랑이 절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기러기는 조선의 혼례에서 어떤 의미일까?

목각 기러기, 광복 이후
연(yeon), 김상윤

예로부터 혼례는 관혼상제冠婚喪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정성과 예를 다했다. 배우자를 구하는 것부터 혼인을 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일정한 의식 절차대로 신중하게 진행했다. 세세한 의미가 담긴 혼례의 시작은 기러기와 함께 이뤄진다. 신랑이 신부 집으로 들어가서 신부의 혼주에게 기러기 한 쌍을 전하며 혼례가 시작되는데 이를 ‘전안례奠雁禮’라고 하고 신부 집에서는 기러기를 맞이하기 위해 정성스레 ‘전안상奠雁床’을 차린다. 신랑이 전안상 앞에서 공손히 절을 올린 뒤, 신부 어머니는 기러기를 조심스레 안고 가서 신부 방에 던지는데 이때 기러기가 바닥에 똑바로 놓이면 첫아들을 낳고, 누우면 첫딸을 낳는다는 점을 치기도 했다.
기러기는 한 번 맺은 짝과 평생 헤어지지 않고 지내는 생태학적 습성이 있다. 신랑 신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지극한 마음을 기러기에 담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배우자가 먼저 죽더라도 새 짝을 찾지 않기에 평생 사랑을 지킨다는 상징을 부여받게 된 것. 봄에 북녘으로 날아갔다가 겨울나기를 위해 다시 찾아오는 철새로 음양의 이치를 따르는 새로 여겨진다. 혼례에서도 기러기처럼 음양의 도를 따라 신랑 신부가 마음을 합하여 하나가 되라는 뜻을 담게 된 것이다. 이런 기러기를 앞에 두고 큰절을 하는 것은 기러기의 덕목을 본받고 부인을 맞아 백년해로하며 살기를 맹세하는 의미다. 조선시대에 전안례가 성행한 것은 <사례편람>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조선 초기에는 살아 있는 기러기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점차 구하기 힘든 탓으로 나무를 조각해 목기러기, 한자로 목안木雁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김상윤 디자이너가 전통 혼례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기러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한 ‘연(yeon)’은 먼 목적지까지 함께 날아가는 기러기들처럼 부부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연인이 서로 교감하며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 에디터 박효성
  •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리슨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