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 스테이폴리오 서촌 한옥스테이 >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 견문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여길 때가 있었다.
때때로 환희를 느끼나 주로 마음만 바빴던 시절.
이제는 그저 다른 공기 속에서 숨을 쉬는 것 역시 여행이라 생각한다. 오직 숨을 가다듬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스테이폴리오는 서촌의 특성에 숙박을 연결시켜, 가장 독특한 형태의 호텔을 만들었다. 이른바 ‘수평적 호텔’이다. 우선 스테이폴리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터이다. 스테이폴리오는 ‘머무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공간을 만들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숙박 중개 플랫폼으로 건축사 사무소 ‘지랩’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서촌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호텔이 수직적인 건물이 아닌, 수평적 마을에 퍼져 있다면?’이란 가정에서 시작한 이 모험은 서촌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들었다. 이른바 ‘서촌유희’ 프로젝트다. 객실과 컨시어지, 식당, 카페 등 호텔의 각 요소들이 서촌 곳곳에 흩어져 있다. 호텔에 체크인하기 위해서는 컨시어지 역할을 하는 ‘한권의 서점’에 들러야 한다. 이곳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판매하는 콘셉트의 서점으로, 맛집이나 명소 등 서촌에 머무는 동안 경험할 만한 여러 가지를 큐레이션해 제공해준다. 내국인은 원치 않으면 바로 스테이로 입실해도 되지만 외국인에겐 꼭 거쳐야 할 과정으로 수평적 호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인다.
‘서촌유희’의 객실은 서촌의 한옥 다섯 곳을 새로 고쳐 마련했다. ‘누와’와 ‘일독일박’, ‘아담한옥’, ‘서촌영락재’, ‘썸웨어’ 등 그 이름부터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중에 누와, 영락재, 일독일박을 직접 가보았다.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서촌의 수평적 호텔은 우리가 이전에 했던 경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어떤 것을 전한다.
그래서 여행이 단순히 공간을 횡단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서촌 누하동의 어느 좁고 긴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문득 ‘누와’라는 문패를 단 집에 도착한다.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면 한참을 헤맬 정도로 구석진 곳에 있는 아담한 한옥이다. ‘ㄱ’자 구조의 누와의 공간은 물과 나무, 차(다도)로 이루어져 있다. 야트막한 침대 곁에는 마당을 내다볼 수 있는 둥그런 창이 나 있다. 편안히 누워 그 둥그런 창으로 보이는 담벼락과 그 너머 이웃의 지붕, 그 위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절로 상상된다. 다기가 마련된 테이블에서 차의 향을 음미하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사색하는 풍류. 둘이어도, 혼자라도 충만한 경험을 누와는 선사한다.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작지만 다채로운 공간으로 가득한 서촌 일독일박. 세상과 떨어져 책을 읽으며, 온전히 자유로운 하루를 살게 한다.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는 집’이란 뜻의 ‘영락재’는 대목장 장인의 손길로 다듬어진 한옥으로 전통 양식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했다. 1층의 한옥 구조엔 누와 마루와 두 개의 침실, 작은 키친과 건식 화장실이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한옥 아래 숨겨진 비밀 공간인 지하 아지트엔 천창을 통과한 따스한 빛이 오롯이 들어오는 아늑한 침실과 키친,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췄다. 아담한 마당은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한껏 누리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일독일박’은 이름처럼 독서를 위한 숙소다. 독서가 최적의 휴식인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일 것이다. 복잡한 속세의 고민을 훌훌 털고 문장들과 그 행간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일독일박에서 가능하다. 대문을 들어서면 아담한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중정의 왼편은 침실이, 오른편엔 여럿이 모여 이야기나 식사를 나눌 수 있는 다이닝이 있다. 다이닝에서 나와 원목 사다리를 올라가면 낮은 층고의 다락이 나온다. 각 공간에서는 ‘한권의 서점’이 엄선한 책들을 만나게 된다. 종일 책을 읽다가 다락에 숨어들어 홀로 생각을 정리하는 멋진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
바쁘고 숨찬 여행이 지겨워진 이라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던져버리고픈 누구나, 서촌유희는 반가운 일탈이자 뜻깊은 머무름이 될 것이다. 잠시나마 서촌의 주민이 되어 살아보는 경험, 생각보다 훨씬 따스하고 부드럽다.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서촌에서 살아보는 여행
서촌영락재의 누마루(위). 가장 한옥적이면서 현대인에게 편리한 공간을 마련했다.
고요하게 차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누와의 다실 공간(아래).
  • 에디터 민소연
  •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박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