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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에스팀 대표

김소연 에스팀 대표 김소연 에스팀 대표

폼 잡지 않아 폼 나는 사람

김소연 대표에게 중요한 단어는 이런 것들이다. 사람, 지금, 오늘, 즐거움, 재미, 도전, 시작, 호기심, 믿음, 균형. 비장하거나 거창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소중하게 다뤄야 할 것들이 제일 좋다. 근엄한 얼굴로 먼 미래를 바라보며 고민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스스로 바짓단을 수선하는 거예요.”
모델 매니지먼트 에이전시로 시작해 국내 손꼽히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에스팀의 수장인 그녀의 계획. 인터뷰 끝에 나온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이 한 문장 안에 김소연 대표의 면면이 숨어 있다.

감수성과 가능성이 만날 때
다양한 분야의 많은 아티스트가 포진해 있는 에스팀. 얼마 전 그룹 JxR의 데뷔로 아이돌 무대까지 섭렵하며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직원들이 원하면 시작해요. 경계를 넘어보는 거죠. 가능성이 있다면 혹은 아니더라도 노력합니다. 당장의 감수성이 언젠가 트렌드를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허무맹랑한 제안들은 설득하죠.” 경계를 허물고 한계 없이 나아가고 싶다는 김소연 대표. 그러기 위해 지나온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연연하지 않고 집착도 없다. “요즘 젊은 감각이나 취향을 맞춰나가긴 힘들어요. 나이를 인정해야죠. 다행인 건 뒤에서 제가 갖지 못한 걸 지니고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들을 믿고 맡겨야죠. 내가 전부를 아는 것처럼 다 쥐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는 협업의 형태로 회사를 운영한다. 함께 일구고 다같이 성장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100퍼센트 믿어요. 믿으려고 하고 믿어야만 하죠. 열 명 중 한 명 정도 등을 질 수도 있겠지만 소수를 위해 다수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싶지 않아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사람이 제일 무서웠다. 배신과 거짓에 속상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경영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안팎으로 단단해졌다. 작은 일에 상처받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간다.



중요한 건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

즐거운 하루하루를 위해 그녀는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계획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올해 적자는 내지 말자 같은 단기계획 정도만 생각해요. 뭘 이루겠다는 거대한 목표는 내 몸보다 큰 짐볼 같아서 시야를 가리죠. 잘 굴려 전진하는 것 같지만 앞이 안 보이니 길을 잃을 수도 있고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금은 맞아도 사흘 후에 보면 아닌 일이 많아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물살을 따라가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정, 굳이 세워야 한다면 최고의 목표는 이런 것들이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욕심이고 상태를 악화시키기 쉽다. 때문에 그녀가 집중하는 지점은 매사에 물음표를 갖는 것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아가고 싶다. “모델을 예로 들어볼게요. ‘나는 세계적인 모델이 되겠어’, 혹은 ‘세계적인 모델을 양성하겠어’ 이런 목표는 이 시대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SNS가 활성화되고 인플루언서들이 쏟아지면서 사실 모델은 저물어가는 직종 중 하나죠. 그렇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모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자는 거예요. 시작은 모델이지만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잖아요. 지금 그 자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뭔지 계속 질문하면서 도전하고 선택하는 거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면 즐거울 일은 충분하다.



머물지 않고 나아간다

“사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직원들의 삶의 질이에요.” 삶에 물음표를 갖고 답을 찾아 기회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고 비전이라는 생각이다. “거대 목표는 없지만 회사라면 적어도 직원들의 기본적인 미래가 보장되어야죠.” 에스팀은 부서별 분리가 정확하다. 명확하게 나뉘어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그렇게 해서 한 명이라도 더 독립시키고 싶다. “에스팀은 쉽게 말해 스타트업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구조예요. 어느 지점이 되면 자회사로 독립하도록 해요. 디렉터 체제로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죠. 팀 안에서도 직급별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한 프로젝트를 맡아 끝까지 해내는 게 업무예요. 연차, 호봉도 없앴어요. 자신의 능력이 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죠.” 상명하달식이 아닌 수평적 구조.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 능동적 형태. 사업을 시작하고 첫 10여 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차근차근 만들어놓은 시스템 덕에 에스팀은 기울어짐 없이 균형 있게 나아가고 있다.
하루하루의 미래. 멀리 떨어져 잡을 수 없는 게 아닌 바로 내일 만날 수 있는 가까운 미래. 가까운 사람, 가까운 행복, 가까운 시도, 가까운 실천, 가까운 도전. 곁에 있는 것 안에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가진 김소연 대표는 요즘 미싱을 배운다. 내 옷은 내 손으로 수선해보겠다는 작은 목표가 나중에 어떤 큰 행복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에스팀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봄바람처럼 상쾌하고 인상적인 사람. 무겁지 않고 편안히, 그러나 신중하게 할 일을 다 하는 태도가 근사한 사람. 김소연 대표와 동명이인 김소연 시인은 <한 글자 사전>에서 ‘폼’을 이렇게 정의했다. ‘폼을 잡는 사람한테서는 폼이 안 나고 폼이 나는 사람은 폼을 안 잡는다.’ 김소연 대표는 폼 나는 사람이었다. 폼 잡지 않아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