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whasoo Style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아름다움을 심기 위해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뜯던 정경화는 세월의 바람을 타고 부드러워졌다.
“평생 참 힘들었어요. 끝까지 나를 몰아붙였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연습했어요.” 여전히 완벽을 추구하지만 이젠 알게 됐다. 인간에게 완벽은 불가능한 꿈이라는 걸. 부상을 겪고 나이를 먹고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편안해졌다.
“현은 예민해요. 아주 조금만 빗나가도 다른 소리가 들리죠. 전엔 그게 참 싫었죠. 요즘은 한 치의 오차 없는 소리가 아니라 조화로운 하모니에 더 신경쓰여요. 얼마나 풍성하게 다양한 색감을 전달할 것인지, 나의 느낌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두죠.” 그녀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찾아보고 가까이하는 일들에 매료되어 있다. 외적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보다 내적 충만을 위한 일이 훨씬 즐겁다. 온갖 음악이 들어 있는 유튜브로 명곡, 명연주를 듣거나 좋은 전시 소식이 들리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미술관에 간다.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들.
“전 시 도록을 사와서 식탁 위에 펼쳐놓고 틈날 때마다 봐요. 마음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어요. 예술이라 는 것이 다 통하는 데가 있어요. 오래전부터 미술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받곤 했죠.” 전 세계에서 연 주를 하며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꼭 들렀다는 그녀. 그날 본 강렬한 그림 한 점에서 받은 압도적인 영감이 무대에 고스란히 펼쳐진 일도 종종 있었다. “아름다운 꽃 하나를 사람들 가슴속에 피우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아요. 고통 속에 나온 창조의 결실은 큰 감동을 주죠.” 그걸 알기에 완벽한 소리를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러하다. 진짜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아름다운 나의 일혼

그렇게 맞은 일흔. 언제나 현역인 위대한 아티스트가 자기 자리를 굳게 지키며 일흔이 되었을 때 매 스컴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나이를 실감하십니까? “칠십이 되기 전에 오히려 더 불안하고 울적했어요. 그런데 일흔이 되는 그날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와 다른 게 하나도 없더군요. 왜 우울해했나 멋쩍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숫자 앞에 멈칫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며 살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요. 감사한 일이죠.” 매사에 감사한다는 거장이 일흔에 내놓은 서른세 번째 앨범 제목은 ‘아름다운 저녁 Beau Soir’이었다. 한 곡 한 곡 연주를 듣고 있으면 따뜻함이 끝없이 번지는 노을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심어주려는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설화수의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에 합류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 마음과 같았어요. 시공을 뛰어넘는 울림이 있었죠. 음악이 주는 감동이 그러하듯이 아름다움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죠. 각자의 인생, 나름의 모습. 과정 하나하나가 고귀하니까요.” 바이올린을 지독히 사랑해왔고, 그만큼 관객의 박수를 받은 건 큰 축복이었다. 무대에 서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 노력했지만 끝이 없는 음악의 깊이 앞에서는 여전히 아득하다. 일흔이 넘는 나이 지금까지 음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생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고통의 시간, 환희의 시간, 정경화를 만들었던 삶의 모든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