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whasoo Style

밴드 이날치

Band Leenalchi Band Leenalchi

이날치가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이 내려온다
Leenalchi takes us to a whole
new world

예측하지 못한 새로움에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요즘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수궁가’의 한 대목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시대가 또 있었던가?
고수의 북소리 대신 판소리 사설에 입혀진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전자음. 기존의 문법을 벗어난 밴드 이날치의 음악도 그렇거니와 그들,
무대 위에 선 다양한 그들 자체로 짜릿하다. 다양한 연령, 미혼과 기혼, 출산 여성이 한 무대의 주인공인 시대 또한 만나본 적 없으니.

사람들은 이날치를 보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멜로디를 구상할 때 익숙한 걸 전부 빼는 작업 방식,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게 받쳐주는 베이스와 드럼만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악기 구성, 랩처럼 빠르게 쏟아지는 판소리 창법, 모두 기존에 없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음악이 이렇게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뿐인가, 서른을 앞둔 20대 여성과 30대의 기혼 여성, 30대의 출산 여성이 함께 노래하는 무대가 변방이 아닌 중심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은 벅차게 위로가 된다. 단단하게 가득 찬 모두가 아름다운 세계. 노래를 들을 뿐인데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

설화수가 지향하는 ‘시간의 지혜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 펼쳐놓는 이날치의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 소리꾼 넷과 연주자 셋으로 이뤄진 밴드 이날치의 여성 멤버 셋은 판소리를 전공한 소리꾼으로 모두 보컬을 맡고 있다. 지금은 무대 위에서 노래로 위안을 주고 있지만 이날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결혼과 출산 등 여성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깊었다. “이날치를 시작할 무렵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다행히 팀에서 배려해줘서 아이 낳기 직전까지 녹음을 하고 출산 후 빨리 복귀했죠. 처음엔 혼란스럽고 아이 엄마로 무대에 서는 게 가능할까, 엄마라는 이미지가 예술가로서 괜찮을까 했는데 오히려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요? 세계관이 더 넓게 열렸어요.”

예술가에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은 굉장히 큰 선물이라는 걸 알았다는 권송희의 말에 이나래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얼마 전에 결혼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출산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되는지, 내 생각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긴 해요.” 모두 이해할 거라며 걱정 말라는 권송희와 신유진의 응원에도 이나래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배려해주니 정말 감사하죠. 지금도 다른 멤버 모두 괜찮다고는 해요. 순리대로 편하게 생각하라는데, 아직까지 여성의 출산과 일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있고, 실제로 일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좀 주눅이 들죠. 꼭 예술가가 아니라도 이 부분은 누구나 고민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소리꾼으로서 여러 시도를 해왔던 세 사람은 이날치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판소리를 친숙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공의 문 앞에 서 있는 시점이죠. 이제 그 문을 어떻게 열지 연구해야죠.” 권송희의 대답에는 대중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에 ‘범 내려온다’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음악에 흥이 오르고, 팬데믹 시기에도 수많은 무대에 서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날치의 음악을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지만, 그 이상으로 일상에 좀 더 스며드는 음악을 고민 중이다. “기존 판소리 사설 ‘수궁가’로 이날치 음악의 색깔을 보여드렸으니, 새로운 주제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2집은 기존 사설이 아닌 저희가 직접 쓰거나 글 쓰는 분의 도움을 받아서 작업해볼 생각이에요. 창법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내용이 현실과 가까운 거죠. 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생겨날 거라고 봐요.” 이나래가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자 신유진이 덧붙였다. “이야기를 노래로 전달하는 게 판소리의 매력이에요. 그게 정말 좋아서 판소리를 시작했거든요. 판소리의 특성을 살려서 새로운 이야기, 요즘 시대에 맞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죠.”



“전통은 씨간장이에요.” 조부모님과 이웃까지 전통 음악을 즐기는 열려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이나래는 전통을 양식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무형의 형태로 흡수해야 한다며 ‘씨간장’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어떤 형식으로만 존재하다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누군가에 의해 살아남아야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씨간장인데 집집마다 해마다 다른 맛을 내듯, 똑같은전통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죠. 그렇게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날치에는 소리꾼이 네 명인데 표현하는 방식이 전부 달라요. 각자의 방식으로 전통을 흡수해 숨쉬게 하는 거죠. 전통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면에서 이날치와 설화수는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권송희는 “기본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일상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잘 찾은 거죠. 설화수나 이날치나.” 두 선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신유진도 혼자 좋은 게 아닌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짜 전통이 아닐까 한다며 말을 이었다. “고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일수록 변화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곁에 두고 손에 쥘 수 있겠죠.”
이날치는 소비되는 음악을 지향한다. 쓰이는 음악이기를 원한다. 그 목표에 닿기 위해 갇히지 않고 언제나 유연하려고 한다. “이왕이면 설화수처럼 소비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음악이 유용하게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했으면 해요. 전통을 강조하는 특별한 음악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좋은 음악을 하는 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