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whasoo Style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전통을 바탕으로 만든 전통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김영진에게 다르다는 건 익숙했다. 어려서부터 남과 같은 건 재미없었다. 친구들이 열광한다고 쉽게 동요되지 않았다. 내가 좋은 것, 내게 흥미로운 것 그녀의 시선은 늘 자신을 향했다.

“남들 다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극을 시작한 것도 나중에 패션 슈퍼바이저가 된 것도 그런 기질이 발동해서였죠. 20대 때 한국적인 것에 빠졌어요. 탈춤, 마당놀이, 고성오광대 공부를 하겠다고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당시 그녀에게 한국적인 것들은 새로움이었다. 지금과는 또 다른 시대. 세계화를 외치며 서구 문물에 관심을 쏟던 그때, 김영진은 달라서 신선한 우리 것들을 찾아다녔다. 지금 그의 한복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여전히 새로운 것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한복도 새로워야죠. 한복은 전통 이전에 패션이에요. 한복이 생긴 이래 쭉 그래왔어요. 패션은 계속 변화해야 하고 신선해야 하며 아름다워야 하죠. 그 기본을 기억하고 충실하려고 해요.”
김영진은 전통에 대한 오해에 대해 말했다. 지금 전통이라 불리는 것들은 당대의 위대한 발명이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에 와서 옛것이라 불리지만 사실 탄생한 순간은 달랐다.
“전통은 창의성의 결정체예요. 매 순간 새롭게 창조됐던 것들이 시대를 거치며 전통이 됐죠. 오늘의 발명이 내일의 전통이죠. 그래서 전통은 매우 유기적이에요. 14세기, 16세기, 18세기, 바로 어제도 전통이 될 수 있죠. 어제의 것을 어떻게 오늘의 모습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전통은 흐르고 움직이는데, 전통적인 것을 한다면서 똑같은 것만 재현하면 안 되죠.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드는 게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차이를 만드는 차이

그렇게 만들어진 ‘차이’의 한복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내한해 차이킴을 소개받고 극찬을 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영국 빅토리아앤 알버트 뮤지엄은 ‘차이 김영진’의 한복을 한국 대표 패션으로 선택해 세 벌을 구입해 전시하고 있다.
“개성 있고 독창적이며 아름다운 옷을 만들기 위해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전통이라는 한계에 갇히면 소재나 디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레이스 소재나 명품 브랜드에서 쓰이는 외국 원단들도 과감히 사용해요. 또 오트쿠튀르적인 우아함을 위해 전문적인 바느질 장인들과 협업을 하죠. ‘차이’의 차이를 만드는 크루들이 계세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차이’의 한복을 이야기하던 그녀는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속옷, 단속곳부터 제대로 된 한복 한 벌을 완성하기까지 스태프들과의 협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화제가 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배우 김태리가 역할을 맡은 애기씨가 입은 한복은 ‘차이 김영진’의 작품이었다. 금박도 화려한 자수도 없었지만 무척 아름다웠다. 고증을 거쳐 당시 사대부 애기씨에게 쓰였던 옷감을 선택하고 컬러를 생각했다. 100년 전이라고 햇살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격동의 시대였지만 물빛도 하늘빛도 그대로였을 것이다.
김영진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그래서 달라서 예쁜, 차이 나는 아름다운 것을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