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whasoo Style

가수 소향

가수 소향 가수 소향

공기보다 따뜻한 빛으로, 빛보다 진한 향기로 - 나의 노래여

가수 소향

사람은 이름대로 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소향은 목소리만으로 빛을 뿜어낸다.

그의 반짝이는 소리는 입자가 고운 공기에 섞여 듣는 이의 마음속으로 입장한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 소리는 환한 불빛으로 켜지기도 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보석으로 박혀 빛난다. 얼굴을 가리고 노래하는 경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6주 연속 가왕 타이틀을 지켰다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처음에는 섭외 요청을 고사했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을 가리고 노래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영광스럽지만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슬럼프에 빠졌고, 그 슬럼프를 극복하는 첫 무대로 도전하듯 응하게 됐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몸이 아팠는데, 그러다 보니 목소리에도 자신이 없어졌어요. 목소리 하나가 재산이었는데 전 재산을 잃은 느낌이었죠. 하던 대로 노래도 잘하곤 했는데 저만 알 수 있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까요?” 그는 무작정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잠깐 듣는 것만으로 황홀한 우리들이야 눈치채지 못할 작은 변화였지만 그에게는 20년을 노래해온 지난 역사를 정리할 생각이 들 만큼 중대한 일이었다. 열아홉에 마이크를 잡은 후 지금까지 노래는 소향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잘했어요. 그렇다고 커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꿀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학창시절 장기자랑 시간에 반 아이들이 ‘소향이 노래 시켜요.’ 하면 나가서 부르는 정도. 제가 조금 달랐던 건 노래로 놀았다는 것이었을까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3대 디바가 세상의 주목을 받던 그때, 학생 김소향은 그들의 앨범을 1000번씩 들었다. 듣고 또 들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매일 앉아서 똑같은 노래를 듣는데 들을 때마다 달랐거든요. 어느 날은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어느 날은 기타 라인이나 베이스 라인을 따라 해보고, 또 어떤 날은 코러스를 따라 불렀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래 공부가 됐고요. 무명의 CCM 가수로 <나는 가수다> 무대에 오를 때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대중들에게 알려진 히트곡 하나 없는 제가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곡 중 하나였거든요. 그 가수들의 앨범이 제 스승이에요.”

가수 소향

세상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컨템포러리 크리스천 뮤직인 CCM을 시작한 이후 지금의 소향이 되기까지 재미있고 또 재미있는 일이 노래였다. 그런데 그 재미가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무작정 뉴욕에 가 지인 댁에서 한 달을 머물렀어요. 어느 날 필라델피아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남긴 한마디가 써 있는 거예요.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그 글귀를 보고 문득 ‘아!’ 하고 깨달았어요. 나중이 무서워서 지금 내 앞에 놓인 노래를 피한다면 나는 훗날 더 큰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일단 내 앞에 놓인 노래하는 삶을 받아들이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 한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다시 <복면가왕>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고, 그는 드디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6주 동안 곡을 고르면서 연습을 하는 시간이 녹록하지 않았다. 힘들고 고달팠다.
“그래도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진짜 대중들과의 소통이 뭔지, 나에게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노래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됐거든요.” 힘을 빼는 것, 내려놓는 것. 꼭 온몸에 불끈 힘을 주는 것만이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예전만큼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없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간 듯했다. 관객과의 소통이 무엇인지, 노래가 전달할 수 있는 파장이 얼마나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곧 싱글 앨범이 나올 텐데 이 앨범은 좀 편안하게 불렀어요. 지르는 제 창법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 드라마틱한 창법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고, 감정선을 건드려주는 부분이 다 다르니까요. 그래도 이번엔 색다른 소향의 목소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
그는 꿈이 여러 개 있다. 우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 지금껏 하는 일들 모두 온 감각이 짜릿할 만큼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었다. 얼마 전 헝가리에 초대돼 세계수영선수권 폐막식에서 노래를 하고, NBA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는 등 세계를 돌며 한국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도, CCM 가수로 활동하는 것도, 대중들과 호흡하며 노래하는 것도 모두 재미있지 않다면 못했을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 뜻밖의 일을 했는데 바로 판타지 소설을 쓴 것이다. <아낙사이온>이라는 10권의 판타지 소설을 완성했는데,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노래가 어디 높은 곳에 가서 홀로 앉아 있지 않았으면 한다. 자유롭게 가볍게 떠돌았으면. 가슴 아픈 이들을 외투처럼 감싸주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주고, 하루를 버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의 시작이 되었으면. 그리하여 그 안에 조화롭게 섞였으면. 공기처럼, 빛처럼 따스하게 모든 사람들이 누렸으면. 빛날 소, 누릴 향. 소향이라는 이름처럼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제 마지막 꿈은 <설화수> 독자들과 다르지 않아요. 균형 잡힌 마음으로 세상에 조화롭게 섞여 살아가는 거에요. 세상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았으면 좋겠어요.”